황성훈 헥사곤 창원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창원산단은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오랜 기간 지역경제 젖줄 역할을 했지만 ‘노후화됐다’는 표현을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공간의 노후화는 물론, 전통 제조산업에서 차세대 제조산업으로 변화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창원에 둥지를 튼 헥사곤 이노베이션센터는 다양한 소프트·하드웨어를 이용해 측정 설루션, 해석·설계, 스마트제조기술, 품질 관리 설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 산업에서 디지털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 특히 제조산업 1번지 창원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전통 제조기업 숙제 해결 중점 = “창원, 특히 창원국가산단은 자동차, 조선해양, 항공우주 등 제조업이 발달한 공간이다. 전통 제조산업 전반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설루션을 제공하고자 센터를 세우게 됐다.”
황성훈(50) 센터장은 경남지역 제조기업들이 전통 제조산업에서 차세대 제조산업으로 변화하는 데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이 지방소멸과 노후화한 제조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헥사곤 이노베이션센터가 창원시, 경남도, 국립 창원대, 경남대 등 유관기관과 힘을 합해 창원국가산단을 비롯한 경남이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자 한다.
외국계 기업인 헥사곤은 센서·소프트웨어·자율 기술을 결합한 설루션을 산업현장에 적용 지원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 3조 원을 달성한 바 있다.
창원에 있는 헥사곤 이노베이션센터는 △전주기 제품·공정 데이터 수집, 분석 장비·시스템 △디지털 전환을 위한 디지털 기반 구축 △전주기 디지털 전환 엔지니어링 지원 플랫폼 △공정 품질분석 장비 △제조 디지털 전환 모델 구축 지원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이전에 남부센터라는 명칭으로 장비 판매, 기술 지원만 하고 있었다. 사회적 조직이라기보다 영리에 중점을 둔 회사였기에, 지원 분야가 다소 제한적이었다. 이번 이노베이션센터 개소로 한 차원 더 지역에 녹아들 수 있도록 네트워크, 지역 밀착을 강화한 셈이다.
황 센터장은 “헥사곤은 3D 프린팅, 스캐닝 기술 등을 활용해 항공에서는 에어버스, 자동차에서는 BMW 등의 품질관리를 강화해 불량률 감소와 생산 효율성 향상을 달성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유관기관처럼 공생공존하고파 = 그는 센터 내 대표 제품으로 고정식 측정 장비, 휴대용 비접촉식 스캔 장비를 선보였다.
황 센터장은 “가공품들이 정밀하게 가공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측정기”라며 “자, 버니어 캘리퍼스는 2차원적이지만 3D 스캔 장비는 3차원이기에 형상, 치수 확인은 물론 재가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글로벌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협업하는 만큼, 기술력에 자신 있다는 근거를 내놓았다. 헥사곤은 국내에서도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3D 스캐닝을 하는 등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헥사곤 창원 이노베이션센터는 개소 이후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역기업이 디지털 전환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면, 센터는 그에 걸맞은 설루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경남대 등 지역 대학과 협약을 맺고 기술 전수 등도 하고 있다.
황 센터장은 “디지털 캠퍼스, 디지털 산단을 구현하려면 엔지니어 양성이 우선”이라며 “자동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역량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외국계 기업이지만 지역성을 강조하고 있다. 창원에 자리한 만큼 창원, 경남지역 기업의 수요에 맞는 설루션과 사업으로 지역 유관기관처럼 공생공존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지역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다 보니 연구개발, 공동사업 등에도 이점이 있다. 신기술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지역 센터에서도 디지털 전환 장비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황 센터장은 “센터 주관 교육에서 만난 고객사가 금형 측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며 “센터에서 바로 휴대용 비접촉식 스캐너로 제품을 스캔하고 데이터를 보여주니 굉장히 흡족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 같은 네트워크를 이어가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창원산단 전체를 스캔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계획도시로 시작한 산단 미래 50년을 구상하려면, 창원산단 전체의 형상을 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지역기업, 유관기관 등에 제안한 디지털 전환 설루션 협업을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는 “경남지역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장기적으로 기술 도입에 더해 인력 양성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탈탄소 기술, 폐기물 처리 방법 등 세세한 것까지 지역기업과 함께 논의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역과 호흡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